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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10-1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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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풀려난 봄날의 선물

[경북 김천]수도산 ‘인현왕후길’

기사입력 2021-04-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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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가끔 자연으로의 유배를 통해 나를 찾아 떠나는 꿈을 꾼다.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던 곳이 문명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개발이 되고, 주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모든 자연의 고향을 찾아 원시의 유배지를 찾아 떠나기 좋은 봄이 찾아 왔다.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정치적인 유배를 많이 당했다. 어떤 경우는 귀향이라는 명목으로 고향 근처 오지로 보내지만, 정작 유배온 사람들은 세속을 떠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고 행복했을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유배지에서 많은 시와 글들이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배지라는 것이, 현대에 와서는 일탈이기도 하다. 자신을 찾는 시간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유배를 꿈꾼다.

수도산 깊은 골짜기는 유배지이다. 아직 차갑게 느껴지지만 계절은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 와 있다. 앙상했던 가지에 연두빛 새싹이 돋아나고, 산벚꽃의 화려함과 초록의 물결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산 복숭아꽃이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깊은 계곡,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계곡을 씻으며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따라 걷다보면 마음은 나의 고향을 걷는 듯 발걸음과 몸이 가벼워진다.

복사꽃 아래로 키 작은 야생화들이 앞 다투어 자신만의 색깔로 존재를 드러낸다. 생존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들인다. 자연은 그렇게 또 자신의 숙명을 완수하며 한 계절을 살아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 여린 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고개 숙여진다.
봄의 흙은 부풀어 오른다. 한 겨울 단단히 묶여서 무엇하나 침투할 수 없이 딱딱하던 것이 훈풍에 스스로를 무장해제 한다. 그리하여 부드러워지고 폭신해진 흙은 여린 씨앗들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다. 아름다운 공생이다.
세월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무와 그 나무를 지지대삼아 휘감고 있는 넝쿨들을 바라보면 마치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곳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걷다보니 낙엽이 쌓인 곳을 지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밟았는지 낙엽은 닳을 대로 닳아서 이제 땅으로 돌아갈 태세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그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가니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삼나무가 숲을 이룬다.
나뭇잎에 내려앉은 햇살은 나뭇잎을 투명하게 비추며 반짝인다. 숲이 주는 행복은 초록을 바라보는 안구정화뿐 아니라 바람과 햇살이 전해주는 따뜻함이다. 이것은 외롭고 피폐해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최근 김천시에서 무흘구곡의 가장 중심이자 경치가 장관인 상류로 근사한 다리를 놓아 유배지에서 벗어나게 했다. 다리를 건너자 물소리가 점점 세차게 들린다. 이곳이 바로 용추폭포다.
용추계곡에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에 넋을 놓고 바라보노라면 마음은 그 옛날 어린시절 물놀이 하던 때로 돌아간다. 물소리 보다 크게 들렸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이제 여행도 언택트 여행이다. 인현왕후길에서는 자연스럽게 혼자가 된다. 수도산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인현왕후길을 따라 용추폭포를 지나 원점회귀하는 2시간여의 길은 자신의 모습을 찾는 행복감을 누려보는 일상의 유배에서 확실하게 벗어난다.

▷ 인현왕후길

거리 : 8.9km

주소 :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산4

에디터 & 사진 : 안은미, 김윤탁

동행 : ‘구보’ 구미를 바라보다
 

김범식 (kyunsi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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